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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4 17:31

선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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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날씨도 세상도 너무 덥다. 지방선거의 압승 이후 문재인정부가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자회사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으로 ‘무늬만 정규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소득 감소, 연장근로 제한정책의 처벌유예와 탄력근로 확대,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건물주는 제외하고 ‘찔금증세’에 그친 부동산 보유세. 이런 일들이 거듭되는 중에도 실망보다는 안타까운 염려와 기대가 더 컸다.

 

그러나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문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일각에서 삼성의 숙원이라고 알려진 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의 길을 열어주는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여기까지가 끝인가, 역시 삼성공화국인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 됐다.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잠시 감옥을 탈출한 국정농단 국기문란, 적폐의 몸통 이재용과 문재인대통령의 “예정에 없던”(이라고 쓰고 “이미 계획됐다는 것을 온 세상이 다 아는”이라고 읽는다) 7월9일 인도에서의 5분간 독대가 변곡의 꼭지점이 아닌가 싶다.

 

이재용이 2심에서 풀려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 삼권분립은 한명 한명이 국가기관이라 불리는 입법부 국회의원들이 문재인대통령을 밤낮으로 지키기 위해 밥먹는 모임, 일명 ‘부엉이모임’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사법적폐 양승태는 촛불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받았고 그 수하가 증거인멸 현행범의 증거가 나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 제대로 조사도 받지 않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파기를 선언하더니 ‘소득주도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을 공식화했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포용적 성장’이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세계은행의 자구책이라고 한다. 세계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성장을 위해 성장의 과실이 사회에 골고루 갈 수 있도록 경제성장과 복지확대를 동반 실현해야 한다는 뜻이라지만, 최저임금 1만원도 포용하지 못하는 주제를 생각해 보면 이명박근혜시절 기업하기 좋은 나라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거품 물고 빨아 대던 ‘낙수효과’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철지난 기무사 계엄령 문건도 문재인정부 국방장관과 청와대에서 몇 달이나 묵히고 나서야 뒤늦게 이슈화하여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역부족이고 과연 관련자 어디까지 처벌을 하고 얼마나 기무사를 개혁할지에 대해서는 역시나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더구나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큼 뺀 농림부장관 자리는 4달째 공석이다. 겨우 2014년 수준을 회복한 쌀값이 37년만에 최고로 올랐다고 쌀값이 금값이라 물가가 오르고 영세자영업자들이 더 힘들다는 언론플레이는 아마도 머지않은 수확기 정부비축미 공매를 위한 명분쌓기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협치이고 연정이라며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범보수를 향해 더 열린 자세로 야당인사를 농림부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추진한다고 한다.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적폐청산의 선명성을 경쟁해도 모자를 판에 대연정 소연정을 떠들어 대던 누군가가 생각이 난다. 문재인후보의 비교우위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경선에서 맡은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 당시 그런 자세로 2등을 한 것도 의아한 부분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연정이라니? 협치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대통령 임기 1/4이 지나는 동안 남북관계 호전도 ‘한반도 운전자론’의 성과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중대결심에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고, 최근에는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의 대화탁에 마주앉아 말로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떠들고 있지만,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다", "남조선 당국은 앉을 자리, 설자리도 모르고 주제넘게 그 무슨 '엄중한 심판'을 운운하기 전에 판문점 선언 이행에서 제 할 바를 똑똑히 해야 한다"는 핀잔을 듣는 신세로 전락했다.

 

KTX승무원들의 전원복직과 삼성백혈병사태의 해결에 진전을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끝날 때까지 불안한 승리이다. 이것으로 탄력을 받아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지는 글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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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중에서 가장 선명한 국회의원은 투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문재인대통령 최측근이 연루된 드루킹사건의 유탄에 맞았다. 특검의 꼬리자르기에서 꼬리를 담당하게 될 것 같은 외통수에 걸린 암담함이었을까?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에서 큰 역할은 물론 삼성에 맨몸으로 맞선 거의 유일한 국회의원은 영면의 길을 떠났다.

 

또 한명 선명함으로 승부하는 도지사는 폐륜에 불륜에 조폭까지, 가루가 될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허언과 침소봉대 그리고 악마의 편집까지 총동원된 파상공세가 임기가 시작된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법적으로 도지사의 직을 내놓아야 하는 계제가 아니라 논란 자체가 목적이라면 선명함을 꺽기 위함일 뿐이다.

 

새시대의 맏형이 되겠다던 촛불대통령의 임무는 선명함을 무기로 온몸에 피튀기는 혈투를 통해 적폐들의 악역을 자처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촛불 잔치 따위에 한번 밀렸다고 청산될 적폐들이 아니다. ‘타협’ ‘유예’ 따위로 생채기 하나 낼 수 있겠는가?

 

매트릭스 안에서 파란약을 먹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온오프 공간에서 설쳐대는 ‘빠’들의 ‘쉴드’에 취해 있으면 2년여 남은 총선에서 참패할 것은 이미 자명해졌다. 그 패배는 2022년 5월9일 문재인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날 비수가 될 것임 또한 분명하다. 노무현대통령의 가장 큰 공은 민주정부를 이은 것이고 가장 나쁜 과오는 이명박에게 정권을 빼앗긴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매트릭스의 진실을 보게 해 준 네오가 먹은 빨간약 어디 안파나? 천만 촛불의 결과가 이 정도라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우윤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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