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구 건강칼럼
2015.10.02 19:25

[우윤구 건강칼럼] “착한 염증? 나쁜 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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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염증? 나쁜 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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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연합 신경외과 내과의원 우윤구]

 

관절이나 척추 통증으로 병원에 온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 후, 보통은 처방전을 줘서 약을 먹게 합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환자가 병원에 오면 자주 이렇게 됩니다.

 

의사 “좀 좋아지셨어요?”

환자 “아니. 계속 아팠어요.

의사 “약은요? 다 드셨어요?”

환자 “진통제라고 그래서 안 먹었어요.”

의사 “계속 아팠다면서 왜 약은 안 드셨어요?”

환자 “...아니, 치료되는 약을 줘야지. 진통제 먹고 잠시 덜 아프면 낫는 게 아니잖아!”

의사 “염증 때문에 아픈 거라서 염증 가라앉히는 약을 먹어야 낫지요! 소염제란 말입니다!”

환자 “아~! 그럼 약을 꼭 먹어야겠네...”

 

같은 약인데 진통제라면 왠지 게름직하고 처방해준 의사가 무성의하게 느껴지는데, 소염제라고 하면 뭔가 몸에 좋을 것 같은가 봅니다. 이렇듯 염증은 의사도 환자도 참 많이 쓰는 말이기도 하고, 많이 싫어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왜 아픈지 잘 모를 때 대충 염증 때문이라고 얼버무리는 의사들도 있고, 그러면 환자들한테도 잘 먹힙니다.

 

1990년대 한반도를 강타한 ‘뼈주사 신드롬’(?)도 바로 이 지긋지긋한 염증 때문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뼈주사라고 하니 뼈에다가 놓는 주사처럼 들리지만, 사실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말하는 겁니다. 스테로이드는 원래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입니다. 원기왕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약 같은 거죠. 그걸 주사로 만들어서 아주 강력한 소염제로 사용합니다. 조금 다르지만 가끔 운동선수들이 몰래 사용하다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요. 아무튼 이 뼈주사, 다시 말해 스테로이드 주사가 엄청난 붐이었습니다.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무릎이든, 어깨든, 허리든 우리 몸 어디는 뼈주사 한방 맞으면 기적같이 신기하게 통증이 사라지니까 여기저기 통증클리닉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문정성시를 이룬 겁니다.

 

그러나 그리 오래지 않아 문제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강력한 소염 진통작용에 한번 맛을 본 환자들도 문제지만,

의사들도 무분별하게 자주 사용하다보니 뼈주사 맞은 환자들이 면역력이 약해진 겁니다. 뼈주사를 많이 맞다가 어쩔 수 없이 수술한 무릎관절 환자들이 수술 후 감염이 많이 생기고 뼈주사 맞는 중에도 주사부위에 감염이 생기고 인대나 힘줄이 파열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들도 속출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몇 년 지나고 요즘은 정반대로 환자들이 절대로 뼈주사는 안 맞겠다고 또 난리입니다. 꼭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을 필요가 있는 사람조차도 그렇습니다. ‘우리 아들이 뼈주사는 맞지 말라고 했다’ ‘동네 사람들이 이런 거 자꾸 맞으면 뼈 녹는다던데...’

 

사실 염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기는 반응입니다. 나무가시에 손을 찔리거나 무릎을 부딪쳐 긁히거나 찢어지고, 발목을 삐면 붓고 아프고 뜨근뜨근 열도 납니다. 외상을 입거나 피부 방어벽 뚫리면 혈액 속에 있는 혈소판, 백혈구들이 몰려 들어오고 각종 호르몬들을 분비하며 어떤 세포들은 독소나 균을 잡아먹는 등 몸을 지키기 위해 한마디로 난리가 납니다. 바로 이 염증이라는 난리를 우리는 붓고 열나고 아픈 걸로 느끼는 겁니다. 그런 염증반응이 있은 지 며칠 후 신생혈관이 발달하고 섬유질도 생기는 등의 재형성 과정을 통해 상처나 손상이 치유됩니다. 한마디로 착한 염증이라고 하겠지요.

 

뒤집어 말하면 염증반응이 충분하지 않으면 완벽한 치유도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발목을 삐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어깨를 다친 환자가 이 염증반응 시기에 통증을 못 참는다고 소염 진통제를 먹거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서 제대로 치유과정이 작동되지 않으면 통증이 오래 간다든지 인대나 힘줄이 서서히 파열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다시 염증을 일으키는 주사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와는 반대지요. 주사를 맞고 몇 시간 쯤 지나면 붓고 아프고 욱신거리는 염증을 유발시켜 다시 우리 몸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원리입니다. 역시 착한 염증을 이용하는 치료일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퇴행성관절염, 테니스 엘보우라고 알려진 외측 상과염 같이 병명에 ‘~염’이라고 되어 있어 진통소염제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 질환이지만, 실제로는 염증의 증거가 별로 없다고 밝혀지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많이 쓰면서 미세 외상에 의한 연골이나 인대, 힘줄의 파열이 거듭되어 생기는 것으로 이해되어 지고 있습니다. 즉 원인이 염증이 아니니까 스테로이드 주사로 염증을 치료한다고 낫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해롭다고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반대로 염증을 치료해야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류마치스 관절염이나 척추 디스크나 협착증, 오십견 같은 경우는 대표적으로 염증이 중요 원인이기 때문에 반드시 염증이 가라앉혀야 도움이 됩니다. 나쁜 염증입니다. 특히 오십견은 어깨주변 관절낭의 염증으로 유착이 된 경우입니다. 이때 스테로이드 주사는 염증도 가라앉혀 줄 뿐만 아니라 인대와 힘줄을 약하게 하는 부작용을 이용하여 유착부위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나쁜 스테로이드를 착하게 이용하는 거죠.

 

착한 염증은 정상적인 치유의 과정에 필수적이라 무분별한 소염제의 사용은 해롭기도 하지만, 나쁜 염증이 쌓이고 쌓이면 심각한 통증으로 아주 힘들어 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가 착한 염증인지 나쁜 염증인지를 잘 구별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를 잘 쓰는 의사가 명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의약분업 전에 ‘몇몇 약국에서 스테로이드제를 때려 붓는다.’라든지, 심지어 ‘한약에도 스테로이드를 녹여 쓴다.’라는 등의 소문들이 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예로 술이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면 발생위험도가 높은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라는 질환은 인공관절치환수술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병인데, 의약분업 이후 그 발생빈도가 급격히 줄어 이제는 희귀병이라고 불릴 정도가 됐습니다. 그사이 금주법이 생긴 것도 아니니까 그만큼 스테로이드 남용이 줄었다는 반증이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생강과 카레가 나쁜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큰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주 재발하는 아토피나 류마치스 환자들이나 만성 근골격계 통증이 있는 분들은 음식으로 자주 먹으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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