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2018.05.23 11:04

[상주의 그림]민화의 작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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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jpg

 

민화는 고분문화시대를 기점으로 해서 사라져버린 무교시대의 유산이자 그것의 민초적인 

전승과 재흥이라고 할 수 있다. 민화의 가장 보편적인 소재가 되어있는 용, 까치호랑이, 물고기, 불로초, 십장생, 화조 등은 모두 무교시대로부터 전승되어왔던 신화, 전설, 민담의 변함없는 소재였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그 증거이다. 실제로 용의 그림은 고고학적으로도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의 주종이 되어있다.

또 십장생도와 여러 종류의 화조 그림도 모두 고분벽화에 관계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민화를 그린 작자들과 그 맥락을 어림잡을 수 있게 된다. 고분문화시대가 사라진 뒤에도 벽화를 그렸던 화가들은 여전히 가업을 이어갔을 것이고, 비록 전성기는 지나갔다고 하더라도 백성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대용품이 그림은 계속 그려졌기 때문이다. 병풍양식이 벽화의 대용이 되거나 또 소위 민화로 불리는 그림들이 대부분 문짝이나 문틀 위에, 혹은 벽장 안에 붙여졌던 것은 무엇보다 그것이 벽화양식의 흔적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신전(고분)에다 그렸어야 할 그림들이 일상적인 주거 공간(양반, 사대부)으로 옮겨지는 과정이 상당기간 동안 진행된 뒤에 서서히 그것들은 새롭게 형성되어진 상층문화(불교, 유교)에 밀려서 급기야 민초들의 최후의, 그리고 최저의 문화기반으로 전승되기에 이른다.

 

- 화조 초충도(花鳥 草蟲圖)

초충도.jpg

꽃은 식물의 정기가 응집된 아름다움이다.

화조 초충도는 꿀과 꽃가루 향기로 벌 나비를 부르는 자연 현상을 신랑 신부의 음양화합에

비유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새가 한 쌍 또는 쌍쌍으로 그려질 때에는 높은 신분으로 격상하길 염원하는 부부도가 된다. 화려하고 찬란한 오색조와 수수함 참새 기러기와 오리, 원앙새, 나비와 벌, 여치등이 가득 그려질 때에는 새와 꽃들의 상징을 사랑의 밀어로 전개한 것이 된다. 모란은 부귀를, 매화는 춘정을, 석류는 자식을, 기러기는 믿음을, 원앙은 사랑을, 오색조는 경사스러움을… 신혼의 꿈과 낭만을 전개한 것이다.

 

- 어해도(魚蟹圖)

어해도.jpg

물고기는 파수병이며 수호신이요 등용문을 통과하면 벼슬아치가 된다.

물고기는 비늘 짐승이로 오행사상에서 나무(木)p 해당되며 같은 물고기라 해도 물에서 사는 높이에 따라 삼음삼양(三陰三陽)의 여섯층으로 구분하는데 맨 위는 용이고 맨 아래는 미꾸라지, 모래부지로 보아 1음에서 3음은 비천한 물고기요 1양에서 3양은 등용문을 통과하는 물고기로 비유된다. (잉어는 1양)그러므로 “미꾸라지가 용 됐다.‘하면 삼음에서 삼양으로 “비천한 자가 훌륭한 인물이 되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도 매기는 투구를 쓴 모습이라 하여 장수(將帥)로, 철갑상어는 경대부(卿大夫)로 송사리떼는 다산을 상징한다.

등용문을 통과한 물고기(陽魚) 상징

한마리

과거에 합격 영광을 누림

두마리

뛰어난 학문으로 삼공(三公) 오름

세마리

영상, 좌상, 우상 삼상(三相) 오름

연못의 잉어는 부귀를 상징함

 

- 산수도(山水圖), 풍수도(風水圖), 지도(地圖)그림

풍수도.jpg

두개의 둔덕 사이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그림은 시원한 장관을 이룬다. 이 폭포 소리를 마주 듣는 양지쪽에서 자란 오동나무를 잘라서 거문고를 만들어야 명품이 나올 수 있다는 데 이때의 폭포 그림은 성숙한 여인의 비밀스런 곳을 은유하는 것이며 산(뫼슴아=남(男))과 물(가시내=여(女))이 열락하는 음양화합의 소리를 듣고 자란 오동나무야 말로 참다운 운율을 엮어 낼 수 있는 명기(名器)가 된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책 지리정종(地理正宗)에 외청룡 내청룡의 왼쪽 산줄기를 사람의 왼쪽 팔다리에 비유하고 외백호 내백호를 오른쪽 팔다리로 비유 명당이 되는 곳을 불두렁(丹田) 아래로 잡는 것도 바로 산천과 인체를 일치시키는 삼재일치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 까치호랑이

까치호랑이.jpg

병귀, 악귀, 잡귀(도둑과 잡인 포함)등을 물리치는 벽사수호의 역할과 또 아침저녁으로 이를 보면서 씩씩한 기상을 기르며 임부에게는 그러한 아이를 원하는 태교의 방편으로 활용되었고 호랑이 발톱 노리개나 호랑이 털가죽 깔개를 비롯해 “가산의 풍속도”에 나오는 신부 가마에 씌워진 호피그림도 같은 의미로 종합된다.

호랑이 그림에 까치가 곁들여 그려지는 것은 포학한 맹수가 적에게만 죽음의 공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돌연 주인에게 덤비는 반역의 경우를 예방하기 위하여 오행상생 상극사상에 의해 ‘불이 쇠를 녹인다(火剋金)‘를 이용, 오행의 불(火=날짐승)에 해당하는 희소식의 상징 새를 곁들여 그린 것이다. 이때 까치가 앉아 있는 나무는 십장생의 하나인 소나무 가지이며 호랑이의 발밑에는 불로초가 그려지는 점도 주목되며 부작에서는 금란장군으로 집안 평안의 수호신과 삼재를 쫓는 역할을 한다.

 

- 사신도와 십이지신도

12지신.jpg

상징의미

방향

사신

(산해경)

짐승

12

십이방

월신

(시간)

음양

소원 빌기

해당별

자성예언

청룡

(구망)

()

동동북

1(3-5)

  

천권()

행동적인 일을  벌림

토끼

()

2(5-7)

기구획득

천파()

재물 풍족, 세밀 신중

()

동동남

3(7-9)

백장진멸

천간()

아량 넓고 뜻이 

주작

(숭늉)

()

남남동

4(9-11)

오복빌기

천문()

지혜, 민첩, 양기 

()

5(11-13)

수명장수

천복()

활동적이고 웅변력

()

남남서

6(13-15)

오복빌기

천역()

어리숙, 명량친절

백호

(옥수)

원숭이

()

서서남

7(15-17)

백장진멸

천고()

총명, 영특, 지혜

()

8(17-19)

기구획득

천인()

기회  포착, 때를  

()

서서북

9(19-21)

  

천예()

충성스럽고 근면, 근심

현무

웃강

돼지

()

북북서

10(21-23)

장난원리

천수()

풍족, 순박, 충실

()

11(23-1)

자손만덕

천귀()

의식풍족, 자손번창

()

북북동

12(1-3)

장난원리

천액()

부지런하고 참을성 많음

출전근거: 사기율서, 석명, 석천, 설문, 백호동, 소재길상, 불경보감, 산해경

 

- 글자그림 효제도(孝悌圖)

글자그림.jpg

효제도는 유교적 윤리 교법을 보급하기 위한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儀),염(廉), 치(恥)의 여덟 글자 속에 각 글자의 뜻에 해당하는 옛 고사를 삼강행실도에 따라 선택 그려 넣어서 병풍을 만들어 둘렀다.

거령 효자를 보면 옛날 오(吳)나라 맹종이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하여 겨울철에 뜨거운 눈물로 죽순을 자라게 했다하여 위쪽에 죽순을, 또 진나라 왕상이 자기를 학대한 계모인데도 효를 위해 얼음을 깨고 잉어를 찾았다 하여 두 번째 잉어를 그렸다. 이런 식으로 여덟 글자를 배경으로 하고 그 위에 새, 꽃, 봉황, 꿩, 거북, 조개, 새우 등을 그리고 있다.

 

- 십장생도(十長生圖)

십장생도.jpg

노인 방 병풍 그림으로 그려지는데 목은 집에는 ‘나의 방에 십장생 병풍을 쳐서 탈 없이 오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소원하며 그림에 찬사를 붙였다.’

각 제목은 ‘해(日), 불로초, 구름(雲), 물(水), 돌(石), 소나무(松), 무(竹),불로초(芝),

거북(龜), 학(鶴), 사슴(鹿)이다‘라고 적고 있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그림에는 복숭아(仙桃)와 산(山)으로 그려지는데 열가지가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사마천의 사기⦁봉선서에는 진시황이 발해의 삼신산인 봉래산에 불로초를 구하러 사신을 보낸 기록이 있어 그 뿌리는 고조선의 신선사상에서 유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책걸이 그림(冊架圖)

사랑방 또는 서재를 장식한 병풍 그림이다. 따라서 선비 취향의 정물에 그림의 떡이라 할 진기한 보물들이 수백 권의 책들 사이에 그려진다. 향로와 고급 필통, 부채, 괴석, 화첩 및 두루마리 그림과 편지, 수반, 과반, 좌동, 방위판과 수맥을 찾는 가림대, 붓, 먹, 연적, 낙관인장, 인주, 주전자, 공작 깃털, 벼루, 서류어항과 물고기, 옥조각, 안경, 책장, 경상과일, 화분, 꽃꽂이, 옛청동기, 도자기, 석류, 시계, 담배함 등이 최고급품으로 극세화(極細畵)처럼 그려지는데 청빈해야 될 선비의 도리를 지키면서 분위기만 잡는다는 고상한 취미를 누가 탓하겠는가?

 

- 기타

위에서 언급한 민화 외에 불에 달군 인두로 그리는 낙화(烙畵)와 넓은 귀얄모양의 혁필(革筆)로 그린 그림이 있다. 인두그림은 관광지의 산수화나 풍속화 등을 통나무를 껍질채 비스듬이 잘라 불인두로 지져서 그리며 관광기념품으로 전승되고 있다.

참고자료: 박용숙의 민화란 무엇인가, 김민기의 민화의 작품세계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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