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칼럼
2018.08.06 10:11

농촌체험관광 단상 -① 체험은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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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촌은 체험관광 천국이다.

봄철 새콤달콤 딸기체험을 시작으로 토마토따기, 감자․고구마케기, 옥수수따기, 사과따기, 밤줍기 등 주로 농산물 수확시기에 맞춰 진행되는 단순한 체험에서부터, 체험관이나 규모화된 시설을 갖춘 농촌체험 휴양마을에서는 두부만들기, 전통장류만들기, 요리체험 등 각양각색의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농촌관광에서 체험은 가장 중요한 핵심 구성요소이다.

농업․농촌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차별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체험은 오늘날 학교의 교육이념과도 일맥이 상통한다. 경험과 체험을 통해 결합된 지식만이 오랜 시간 저장돼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근대 교육학의 영향 때문이다.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사업자 인증 때 농업인들 다수는 3차부분에서 ‘농산물 수확체험’을 체크한다. 사과 과수원을 하는 사람은 ‘사과따기’,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딸기체험’, 토마토를 생산하는 사람도 ‘토마토따기’ 등 예외가 없다.

물론 농업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6차산업’ 즉 ‘농촌융복합산업’ 추진을 위해  3차산업 영역에서 체험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긴 하다.

그러나 전국 농업농촌 어디를 가든 딸기체험을 하고 두부만들기를 한다.

강원도의 어느 산촌 두부체험이 전라도의 그것과 특별히 다른 점이 무엇인가. 나는 묻고 싶다, 도대체 체험은 왜, 무엇 때문에 하는가?

그림1.jpg

 

우리 농업농촌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농산물 수확체험에서 간과하는 요소들을 보자.

사과따기 체험을 예로 보자.

도로변에 사과따기 체험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체험은 체험객 1인당 2만원, 비닐봉지 한 개씩을 나누어 주고 사과 5개를 일률적으로 따서 담아 가라고 한다.

과수원에 들어선 체험객은 사과 한 알이 영글기까지 농부의 땀과 이야기, 지난 여름 사과가 폭염을 이겨내기 위해 어떤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말해 주지 않는다.

그저 더 크고 더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따기 위해 과수원을 질주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더러 멀쩡한 사과를 따서 버리기도 하고, 내년에 꽃을 피워야 할 가지들을 함부로 망쳐 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을 한 농부는 ‘체험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금기 사항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럼, 체험객은 어떨까. 사과따기 체험을 통해 농업농촌을 더 잘 이해하고, 농부의 땀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영혼을 살찌우는 계기가 되었을까?

농산물 수확체험, 누구나 쉽게 시작 하나 그 끝은 양쪽 모두에게 실망으로 마무리된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던가.

 

체험은 콘텐츠다.

농산물 수확체험은 농부가 실천하는 생명존중의 가치관, 생육과정의 이해와 완결, 수확하는 기쁨을 최대한 누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단순한 수확체험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체험을 구성하는 농장과 농부의 이야기, 콘텐츠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차별적 요소다. 그것을 먼저 찾고 체험에 녹아 나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다.

 

필자의 현장 컨설팅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체험 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첫째, 수확체험의 한계 극복이다

수확체험은 계절성에 절대적 영향을 받음에 따라 수확할 농산물이 없으면 지속성 유지가 힘들다는 원초적인 한계가 있다. 수확체험과 요리, 공예, 예술 등 다양한 요소와 결합하여 패키지형 상품으로 구성하면 다양한 수요에 부응, 연중 운영이 가능한 체험이 될 것이다.

 

둘째, 수확체험은 노동이 아니다.

유치원․초등생들의 험진행 시 여과없이 500g짜리 투명 플라스틱 상자를 주고 수확을 하게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500g 상자가 유치원생에게 적정한 무게인가? 상자를 체험 내내 들고 다니면서 또 수확까지 하게 하면 다 채우기까지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수확체험은 농산물의 생태, 생김새, 냄새, 촉감, 농장에서 나는 흙냄새 등을 직접 체험하고, 또 따서 먹는 기쁨이면 족하다.  500g짜리 농산물 상자는 마트에서 혹은 시장에서 사서 먹을 일이다.

그림2.jpg

 

셋째, 공급자의 횡포다.

수요자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또 다른 사례다.

사과따기 체험의 경우 사과의 크기가 너무 커 유치원생이 한 손에 잡을  없는 경우, 사과가 높은 곳에 달려 있어서 어른의 도움 없이는 혼자 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주의 깊게 살필 일이다.

 

넷째, 체험의 목적성 상실이다.

왜, 무엇 때문에 체험을 하는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체험을 위한 체험을 하는 경우다.

밤나무와 밤송이가 없는 뜬금없는 평지에 밤을 뿌려 놓고 줍는 경우, 체험객의 안전을 고려하였다고는 하나 생전 처음 밤을 수확한 아이는 밤은 맥락 없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줄 알 것이다.

감자, 고구마캐기도 마찬가지다. 체험의 편의를 위해, 과연 누구의 편의인지는 모르겠으나, 줄기를 다 제거한 덩그런 두둑에 줄지어 앉아 호미를 들고 감자, 고구마 캐는 체험을 한 우리의 미래세대는 감자와 고구마를 어떻게 기억할까.

 

체험은 총체적인 작용이다. 단순히 어느 대상을 보고, 듣고, 만지는 오감 작용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에 더하여 마음이나 상상을 포함하는 여섯 감각 모두를 동원하여 환경이 가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한꺼번에 느낀다.  

농촌체험의 궁극적인 목적은 추억할 만한 체험을 통해 농업농촌의 부가가치창출로 확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농촌다움을 지닌 농촌의 발전 없이는 성장할 수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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