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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만 육십이 되었다. 젊었을 때는 막연히 늙으면 더 성숙하고 지혜롭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늙음의 지혜나 풍요는 다다라야 할 어떤 고귀한 경지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이 들어가면서 절감한다.

 

나이 듦의 지혜나 원숙함이 지향하는 이상이라면, 현실 속의 나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행위나 마음이 무언지조차 잘 모른다. 사회적으로 어른 역할을 하고 안하고, ‘어떻게 보이고’의 차원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그렇다. 육십이 된 몸속에 육십이 된 마음이 저절로 오는 건 아니다.

 

주변의 칠십이 넘은 분이 과로로 쓰러지거나(생존 노동이 이유가 아니라), 지나친 활동으로 병에 걸리거나 하는 등등의 모습을 보면서, 그 분들이 칠십의 늙은 몸에 젊은 마음이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나 또한 아마도 나 자신을 사십대 후반이나 오십 대 쯤의 나로 고정시켜놓고 있는 듯하다. 몸과 마음의 불일치를 일치시켜 나가야 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건 어느 텍스트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배울 곳이 별로 없다.  

 

그전에 육십의 몸이 보여주는 징후 자체에도 적응하기가 힘들다. 눈이 잘 안보이고,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온도의 변화에 민감해져 겨울과 여름이 힘들어진다. 씻는 일이 귀찮아지고, 잠드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 전에 없이 자다가 중간에 깨어서 잠이 들지 못한다. 즐거워서 한 일인데 하다보면 몸이 지치고 아프다. 하고 싶어서 했던 약속을 몸을 이유로 취소하게 된다.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몸이 할 수 있는 만큼을 해야 하는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몸이 할 수 있는 게 얼마 만큼인지도 잘 모르고, 평생 마음대로 살아온 습관을 고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마음도 그렇다. 워낙 강박적인 증세가 있는데, 나이 들면서 그게 더 심해진다. 쓸데없는 불안이 늘어나고, 겁나는 게 더 많아진다. 한 가지 일에 붙잡히면 그게 해결될 때까지 불안, 초조, 걱정, 강박에 시달린다. 젊은 시절에 생각한 그럴 듯한 노년의 모습과는 거리가 몹시 멀다.

 

늙음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차원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문화적인 일이기도 하다. 한 사회가 늙음과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가는 그 사회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노인 빈곤과 자살율이 OECD 국가 중 1위(2015년 기준)인 사회, 늙음이 곧 추함으로 등치되고 죽음을 삶과 격리시켜 외면하려는 사회, ‘안티 에이징’을 외치며 늙음조차 소비하라고 권하는 사회에서 잘 늙어간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요즘 홀로 사는 할머니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그 분들이 겪고 있는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써늘해져 온다. 늙고, 병들고, 홀로 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어떠할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젊음은 잔인하다는 생각을 비로소 한다. 젊음은 늙음을 결코 이해하거나 느낄 수 없다. 이해받을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아프고 쇠잔한 몸으로 늙어가는 자의 고독을 상상한다.

 

삶은, 살아내는 것 자체로 장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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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혜 2018.07.02 14:43
    살아내는 것 자체로 장엄한 일
    노년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이해받을 수 없는 외로운 길 위에서
    이만한 위로가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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